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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영화 리뷰

by 히토모시 2024. 12. 2.

플란다스의 개

서론 

 디렉터 봉의 장편 데뷔작. 처음엔 이게 뭘까,,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눈을 못 떼고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솔직히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근데 이상하게 훈훈하고 좋았다. 전체적으로 세 가지 면에서 좋았다. 첫 번째로 상황들을 황당하고 웃기게 이어가는 봉감독만의 독특한 유머감각이 느껴져서 좋았다. 두 번째 소박하고 원초적인 듯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한국적인 정서가 끝까지 진하게 느껴져서. 세 번째는 너도 나도 좋아하는 두나 누나가 나와서... (무리수;;;^^) 배두나 씨 클라우드 아틀라스때 특유의 몽환적인 듯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연기에 확 반해버려서..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를 일상 그 자체에 있는 듯 투박하면서도 정겹고, 순수하게 잘한 것 같아서 되게 좋았다.

 

본론

 첫 번째, 봉감독의 유머감각을 느낀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장면마다 인물들이 겪는 사건과 사건이 황당하게 엮이면서 배경음악으로 심벌즈 두드리는 듯한 음악이 나오는 거 볼 때면 묘하게 bb 급스러워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윤주가 아래층 할머니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걸 미행하다가 과일들을 도로에 떨어뜨리고 몰래 개를 안고 잽싸게 튀는 장면. 급하게 튀다가 대학원 여자 동료를 우연히 만난다. 윤주는 급하게 갈려 하지만 동료는 같이 차 한잔 하자고 한다. 이 부분은 고윤주의 이야기와 박현남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이야기가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현남과 친구 장미가 아파트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망원경으로 앞의 아파트를 관찰하다가, 윤주가 아래층 할머니의 개를 집어던지는 걸 목격하고 벌어지는 현남과 윤주의 추격전. 아슬아슬하게 잡힐락 말락 긴장감을 살려서 잘 찍었다. 또 여담으로 영화 속 설정들도 확 깨서 재밌었다. 아파트의 경비아저씨가 보신탕 마니아라니..

 

 둘째로 한국적인 정서가 진하게 느껴진 점. 처음부터 화면의 질감도 뭔가 투박하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난다. 그리고 키득키득거리며 보다가 어느 순간 울컥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장면이 되게 좋았다. 한국사회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감동,,?이라 해야 하나.. 개를 죽이던 윤주가 자기 개를 잃어버리고 온 동네 다 뒤지고 나서 은실에게 개자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윤주는 자기 도와줄 생각 없이 비싼 개나 사 왔냐며 은실에게 화를 쏟아낸다. 여기서 반전... 은실이 그 개는 퇴직금으로 산 개였다는... 그리고... 나머지 돈은 윤주 교수되는 데 투자하려 했다고.. 한국 사회의 중산층 직장인 가정의 다분히 현실적인 고뇌와 아픔은 이런 걸까.. 현실 그 자체에 완전히 밀착된..

 

 난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풍자와 상징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저 평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하고 감상의 결론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딱 두 장면 생각난다. 첫 번째로 현남이 노란색 우비 입고 노숙자로부터 개 구하러 갔다가 아슬한 추격전 벌이는 장면. 뒤에서 노란 옷 입은 군중들이 막 응원하고.. 현남이 마치 대단한 사명과 정의를 가진 영웅처럼 등장하는 게 웃겼다. 노숙자가 경찰에 잡힌 후에 하는 말이 진짜 웃겼다. 구치소 가면 밥 잘 나오니까 좋겠다고... 두 번째 장면은 윤주가 현남이 할머니의 개를 죽인 범인임을 알게 되는 장면. 윤주가 달려가는 뒷모습이 어딘가 처량해 보이고 왠지 감정이입이 돼서 되게 짠했다. 쓸쓸하게 앉아 있는 윤주에게 현남이 말없이 벗겨진 구두를 건네주는 장면이 뭉클하고 좋더라.

 

결론

  결말에서 현남이 산으로 떠나는 부분을 아무 생각 없이 봤다. 그가 산으로 떠나는 이유가 단순히 물리적인 탈출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결단처럼 다가왔다. 또한 보면서 그냥 뭔가 투박하고 진실한, 순수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음악도 산뜻하고. 전체적으로 당시 90-2000년대 한국사회의 현실에 정말 밀착된 그런 정서와 감수성, 소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갈등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고, 한편으론 그 점이 아직 나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당시 한국  사회의 갈등과 일상 속의 부조리를 사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다소 황당한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서 묻어나는 진정성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하고 공감이 간다. 특히, 인간의 약점이나 나약함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현실과 감정의 복잡한 얽힘 속에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내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초기 작품답게, 사람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그 안에서 잃지 않는 유머와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플란다스의 개는 단순히 한 가정의 이야기나 개인의 갈등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풍경을 그린 한 편의 사회적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에 대면하지만,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이런 점들이 모여 결말에서의 현남의 선택을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비록 산속에서 고요한 삶을 택한 그가 현실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선택 자체에서 어떤 위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