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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영화 가장 영화적인 장면, 연출 스타일 리뷰

by 히토모시 2024. 5. 6.
 
자전거 탄 소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가장 영화적이라고 느꼈던 장면을 꼽아보았다. 

 

#1

시릴이 아빠가게에서 훔친 돈을 주러 왔다가 담 넘어 돈을 떨어뜨리고 자전거를 끌고 사만다의 미용실로 가는 장면.

 

릴은 훔친 돈을 아빠에게 살며시 건넨다.

어떤 ost, 브금도 깔리지 않고 둘의 대화 소리와 바깥 도로의 차 소리정도만 들린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건조한 연출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아빠가 날 도둑놈으로 만들 생각이냐며

돈을 내려치고 시릴을 담 위로 넘겨 올린다. 떨어진 돈을 담 위로 던진다.

“뛰어내려! 괜찮냐?” 아빠의 ‘그래도 아들놈이라 억지로 물어봐 주는 듯’한 물음.

이어지는 아들의 짧은 대답.

‘괜찮아’.

애써 시크한 척 태연한 척 대답하는 듯 하지만

아이의 내면의 아빠에게 사랑 못 받는 아픔, 외로움, 그리운 감정이 상상되고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빠가 다신 오지 말라고 하고 가게로 들어가 버리자

아들은 잠깐 고개를 들어, 담 너머 아빠가 일하는 가게 쪽 방향을 바라본다.

그 짧은 순간, 그의 내면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고 느꼈다.

그는 말없이 자전거를 끌고 다시 올라탄다.

그리고 이 영화의 메인 브금이 서서히 울려 퍼진다.

카메라는 골목에서 세실이 자전거를 끌다가 올라타서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걸 뒤에서 바라본다.

시릴은 차도에서 자전거를 숨 가쁘게 서서 달린다.

메인 브금은 사라지고 차 소리와 자전거 달리는 소리만 들린다.

아무 말 없이 조금씩 숨을 가쁘게 내쉰다.

서 있다가 안장에 앉고 빠르게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가 다시 서서 타고...

사만다의 미용실에 도착한다.

터벅터벅 문 앞으로 걸어가서 초인종을 누른다.

아이의 심정은 사만다에 대한 죄송함과 오늘 저질러버린 범죄에 대한 죄책감 등이 뒤섞여 있었을까..

바로 사만다가 문을 열고 나온다.

‘신문 판매점 주인 일로 경찰이 널 찾고 있다’며. 열쇠 가져온다며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를 향한 미움과 짜증을 애써 속으로 삭이며 태연하게 배려해 주려는 듯해 보인다.

영화 볼 땐 사만다를 진심으로 saint라고 느꼈다.

시릴은 자전거를 차고에 두고 차고 문을 닫은 뒤 다시 미용실 문 앞으로 걸어온다.

시릴은 사만다에게 팔을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항상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만다는 그를 복합적인 감정으로 바라보더니, 알았다고 ‘키스해 달라고’ 한다.

시릴의 볼 키스. 이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

사만다는 그의 어깨를 잡고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고 키스를 해주며 함께 자신의 차로 걸어간다. 터벅터벅.

 

생각이 바뀌다

영화 볼 때는 사만다의 입장에서 공감이 갔다.

아이의 범죄 행위가 친구를 위해 해준 것이었어을 지언정,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어서 얄미워 보이고 짜증도 났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서도 사만다가 진정한 성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완전 생각이 바뀌었다.

시릴의 내면의 아픔을 더 곱씹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위 장면에선 시릴의 감정이 폭발하지 않고 되게 안으로 절제되어 있는 듯하다.

사만다의 감정도 애써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삭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는 두 사람을 그저 관찰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듯하다.

솔직히 나는 아직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좁아서 잘 모르겠다.

다르덴 형제의 화법이 좀 낯설고,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근데도, 위 장면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 좋다.

딱 두 개,

시릴이 담 아래에 떨어진 돈을 그냥 두고 가는 부분과 ‘키스’ 때문인 것 같다.

 

# 다르덴 형제의 연출 스타일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는 현실주의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영화는 꾸밈없는 생생한 묘사와 정서적인 깊이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실적인 설정과 이야기

 

  • 다르덴 형제는 사회적 약자, 주변인,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 속에서 현실적인 갈등을 겪습니다.
    예: 로제타(1999), 자전거 탄 소년(2011)
  • 스토리는 극적이고 과장된 사건보다는 일상의 고통과 선택에서 드러나는 진실에 초점을 맞춥니다.

2. 다큐멘터리적 촬영 방식

  • 카메라 워크는 흔히 핸드헬드(손으로 직접 들고 찍는 방식)를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생동감을 극대화합니다.
    관객이 마치 현장에서 그들의 삶을 직접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 클로즈업과 자연광을 많이 사용하며, 인물의 표정과 감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3. 배경음악의 최소화

 

  • 그들의 영화에는 OST나 배경음악이 거의 없거나 최소한으로 사용됩니다.
    이는 극적인 감정을 강조하기보다, 인물의 감정이 상황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도록 돕고, 영화적 거리감을 좁힙니다.

4. 도덕적 딜레마와 선택의 순간

 

  • 다르덴 형제는 종종 자신의 캐릭터를 도덕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곤 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팔로워들에게 정답이나 깊은 조롱의 감정과 호의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 아들(2002)에서 복수와 용서 사이의 갈등.
  • 이 때문에 관객은 캐릭터의 이야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직면한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 직접 생각합니다.

5.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 다르덴 형제는 비전문가 또는 상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끊임없이 캐스팅합니다. 또한 배우들이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장려합니다.
  • 실제로 촬영 중에는 "액션" 또는 "컷"이라는 명령이 드물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연기는 부풀리지 않고 실제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생생함을 담고 있습니다.

다르덴 형제 영화의 매력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종종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 가능성, 그리고 약간의 미봉책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영화 같은' 대사가 아닌 일상생활을 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