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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들] 주요 인물 소개 및 줄거리 리뷰

by 히토모시 2024. 5. 6.

아들

 첫눈에 보자마자 반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조금씩 곱씹어 볼수록 진한 단물이 우러나오는 초콜릿 같은 영화도 있다. ‘아들은 내게 조만간 후자의 경우가 될 것 같다. 첫 관람 때는 확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었다. 보고 나서도 도대체 나는 뭘 본거지...” 싶은 느낌.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였을까.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올리비에는 왜, 어째서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지?” “프랜시스는 왜? 애 완전 사이코 아니야??”??” 다르덴 형제라는 두 벨기에 감독의 정체는 뭘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소파에 앉아 잠시 멍한 채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영화당프로의 작품 해석을 찾아보았다.

 

 의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 이동진 평론가의 해석을 보면서 작품의 이야기를 다시 파노라마처럼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의 이야기, 사실상 1시간쯤이 지난 후에야 나오는 데다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지 않나. ‘5년 전, 자신의 아들을 죽인 소년을 다시 만난 아버지의 변화.’ 이게 진짜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지만 내겐 여태껏 보았던 모든 작품들과 다른 새로운 영화였다.

 

영화의 주요 인물 소개 

 영화 속 주요 인물들도 딱 세 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구 제작 훈련소에서 소년원에서 복역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올리비에, 그의 아내, 그리고 프랜시스라는 16(?) 소년. 난 초반에 올리비에라는 인물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카메라 시점은 계속 어지럽게 올리비에의 등 뒤만을 쫓고 있고. 연출은 거의 가족여행 가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 감독의 의도가 현장감을 강화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또 촬영을 이렇게 하니까 이상하게 영화 같지 않았다. 대충 올리비에가 목수 관련된 가구 제작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가 왜 새로 들어온 아이를 염탐하고, 몰래 미행하는 지도 의문스럽고.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 되고.. 계속 배경음악 없이 톱니 자르는 소리만 들리고.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이런 점들이 감상자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고 영화의 초중반을 이끌어가는 힘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몰입이 안되고 ‘왜?’ ‘왜?’라는 의문들이 생기니까, 해답을 얻고 싶어서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대충 어떤 영화구나..” 예상은 갔다. 올리비에의 아내는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새 아이를 임신(?) 한 상태다. 올리비에는 자기 일에 전문성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듯 묵묵하게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챙겨주는 그런 사람?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캐릭터다라고 딱 틀에 맞춰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그냥 우리 일상 속 바로 앞에 있는 이웃, ‘진짜 감정을 느끼고 살아 숨 쉬는 사람’ 같았다. 나와 같은.

 

극의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과정

 올리비에가 미행하던 소년 프랜시스가 바로 5년 전 자신의 아들을 죽여 소년원에서 복역했던 아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강렬한 긴장감이 생기고 영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올리비에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의 행동들, 내적 갈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프랜시스는 올리비에에게 한 발짝 식 더 다가가려고 한다. 올리비에는 그런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의 입장에선 거의 원수가 아닌가. 하지만 자신의 직업은 소년원에서 나온 소년들을 가르쳐야 하고. 게다가 그 자신은 스스로의 일에 가슴 깊이 보람을 느끼고 있고. 자랑스러워한다. 새로 들어온 프랜시스에게 목공일을 가르쳐 보고 싶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다가 머리를 부닥치고 넘어져서 바닥에 주저앉아 팔다리를 감 싸매고 우는 아이를 보며 애도 사실 아이구나,, 아직,, 어리고 다치면 아파하고 우는생각을 했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소년과 헤어지려는 참에 그의 아내를 만난다. “재가 그 애 맞지? 왜 그랬는지 한번 물어나 보자.” 오열하다가 갑자기 기절해 버린다.. 솔직히 프랜시스를 죽이고 싶었을 거다, 둘 다. 하지만 올리비에는 아내를 차에 눕혀주고 소년을 다시 부른다. 집까지 차로 태워주겠다고. 이때 과연 올리비에는 소년을 어떻게 할까,, 궁금증이 생기면서 긴장이 계속 유지되었다. 볼 때 당시에는 너무 머리를 팍 쓰면서 봐서인지, 차 안에서의 두 사람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 못 했다.. 과외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올리비에가 집까지 거리가 좀 많이 남았다고 하니까 소년은 대놓고 퍼질러 잔다. 잘 자기 위해 미리 수면제를 먹어두었다는 말까지 한다. 올리비에는 그런 그를 보면서 한편으로 착잡하고 불쌍하면서도 미움이 치 솟아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뒤로 가서 자라고 한다. 그리고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차를 확 꺾는다. 이때 그의 심정, 정확히 어떠했을까. 진짜 죽이고 싶은데 그렇다고 원수 또한 인간이기에 차마 죽일 수는 없는. 분노와 미움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기에 화는 풀어야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말이 기억난다. 할리웃이면 바로 애를 죽였을 거라고.

 

 마지막에 이르러, 올리비에는 본격적으로 소년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도둑질한 거 말고 또 무슨 잘못을 했니?” ‘사람을 죽였어요.’ “고작 라디오 하나 때문에 죄 없는 아이를 죽여? 살인을 한 게 후회는 되니? 충분히 반성하고 있어?” ‘물론 후회되죠. 덕분에 5년 동안을 감옥에서 썩어야 했으니까.’ 난 소년의 이 대사를 듣고 진심 애는 사이코가 아닌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까 내가 완전 잘못 본거였다. 소년은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올리비에를 만나고 차 안에서 잠을 쏟았다. 그는 16살의, 한창 젊은 혈기가 넘칠 나이이고 키도 몸도 힘도 마음도 자라날 시기에 있다. 그런 대사를 한 건 10대 소년의 혈기, 자존심, 센 척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기는 감옥에서 내가 최고이었어요’’ 말하지만 소년이 감옥에서 5년 동안 실제로 어떤 생활을 보냈을지는 모르는 거다. 매일 밤 살인을 했다는 죄책감에 잠을 설쳤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감옥에서 센 양아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고. 힘든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원수를 향한 아버지의 인간적인 용서

 카메라는 이 둘의 말과 행동만을 제삼자의 3 시선에서 비춰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둘의 심정을 생각하고 공감하고 처절히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올리비에의 동생의 목공소에서 아버지소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소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도망친다, 갑자기. 아버지와 소년의 술래잡기가 펼쳐진다. 양자의 긴장. 재미있는 부분은 아버지는 이제 슬슬 체력이 빠지는 중년의 나이고, 소년은 한창 자라나고 혈기가 왕성할 나이라는 것. 힘은 아빠가 더 세긴 하지만 달리기에선 소년에게 체력이 밀린다. 두 사람이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들의 아빠는 아들을 죽인 원수의 목을 조른다. 아버지의 분노. 여기서 그는 원수를 죽이지 했을 까, ‘안’ 안’ 았을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누군가는 감독의 시선, 객관적이고 싸늘하다고 볼 수 도 있겠지만, 이 장면에서 나는 오히려 그 시선이 진심으로 따뜻하다고 느꼈다. 진짜 팔딱팔딱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간미를 느꼈다, 가슴으로.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감성팔이식 신파가 아닌,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행동은 진짜였다. 두 인간의 심연이 확 까발려지는 듯. 처절히, 그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아버지의 원수를 향한 용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적인 용서에서 실로 따뜻한 신성을 느꼈다. 역시 이 영화, 되짚어보니까 단물이 주욱 죽 빠져나오는 아프리카산 원류로 만든 최고급 초콜릿이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 다르덴 형제라는 이 미스터리 한 두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나중에 찾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를 찍게 된다면 꼭, 언젠가는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도 사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욕망과 바람,,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

너와 나의 심연 속을 들여다보는 영화. 먼 훗날 누군가로부터 다르덴 형제 감독 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예비 영화인으로서 대단한 영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