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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칼 영화 줄거리 및 결론 리뷰

by 히토모시 2024. 11. 26.

물속의 칼

 

한정된 소재와 조건을 잘 살려낸 연출

 내겐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세 명의 사람이 바다에서 하루 동안 배 타고 항해하는 거 가지고 영화 하나를 찍을 수 있구나... “ 진짜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 보고 나서 왓챠 평들 찾아보다가 영화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걸 듣고 더 놀랐다. 역시 폴란스키 감독, 초기부터 감각이 살아있었구나. 한정된 소재와 조건을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두 부부가 수영을 하고 있을 때 ‘청년’ 혼자서 밧줄을 잡지 못해서 요트가 부부 주위를 빙빙 돌 때쯤부터 재밌어졌다. 

 

위험을 감수하는 히치하이커 청년과 그를 애 취급하는 부부의 만남

 처음 선동적 사건은 폴란드의 두 부부가 차를 타고 항구로 가다가 차 앞에 서 있던 히치하이커 청년을 만나는 거일 것이다. 남자는 청년에게 차를 조금만 늦게 멈췄어도 다쳤을 거라며 다짜고짜 화를 내고 본다. 그러고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청년을 뒷좌석에 태운다. 항구에 가는 길에 세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눈다. 두 부부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여행을 위한 여행을 한다는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린애 취급을 한다. 

 

 항구에 가서 부부는 배를 타고 새벽까지 항해를 하고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청년은 반대쪽으로 길을 가려다가 일손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함께 태워달라고 은근슬쩍 물어본다. 남자는 청년이 앞으로 차를 세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청년을 태워준다. 곧 요트가 출항하고, 잔잔한 재즈 같으면서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배경음악과 함께 영화도 흘러간다. 

 

사건과 사건으로 이어지는 플롯

 이 영화의 놀라운 점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플롯이 매우 느슨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하면서, 중간중간에 나온 떡밥들이 모두 다 회수가 되고, 등장인물의 작은 행동들이 인과의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사건과 사건들로 이어진다는 점이 것 같다. 또한 인물이 무심코 어떤 기대를 가지고 한 행동이 기대와 어긋나는 결과를 낳으면서 나중에 반전도 주고 극을 더 재밌게 해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항구에서 출항하기 전에 남자가 이 근방 사람들은 와이퍼 같은 거 훔쳐가지 않는다며 와이퍼를 놓고 간다. 그 후 1시간 반동안 와이퍼가 뭔지도 잊어버리고 영화 속 이야기에 집중하고 보다가 마지막에 세 사람이 다시 항구로 돌아와서 와이퍼가 보란 듯이 없어진 걸 발견한다. 소소한 트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게 영화에 꽤 많아서 단순한 이야기에 중간중간 양념을 쳐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세 인물의 성격적 특성

 초반에는 물살이 약해서 배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세 사람은 함께 무와 차를 먹으며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성격적 특성이 점점 더 드러난다. 내가 본 ‘청년’은 배를 타서 밧줄을 감아 본 경험이 전혀 없고, 초반에 수영을 못한다고 말을 했고, 가끔 쫌 멍청해 보일 정도로 어리바리하고 순진한,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다. 남자 ‘안드레이’는 대학에서 신문 기사를 썼던 적이 있고 부자이고, 자기 자랑을 좋아하고, 배에서 종종 청년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선장으로 군림하려는 인간이다. 여자 ‘크리스티나’는 초중반까지 계속 무뚝뚝하고 시크하며 청년을 어린아이 취급한다.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이것저것 사소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세 인물은 본능에 따라서도 행동을 한다. 점심이 되면 배가 고프니 점심 식사를 하고, 저녁엔 저녁 식사를 한다. 

 

다양한 영화적 장치로 쓰이는 소재

 아주 사소해 보이는 소재나 도구가 행동의 연쇄를 낳고 이야기의 주요 요소로 쓰이기까지 하는 점이 참 재밌고도 놀라운 것 같다. 청년이 갖고 놀던 ‘칼’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점심식사 후 안드레이와 청년이 칼을 가지고 작은 내기를 하기도 하고, 배가 수심이 얕은 곳에서 한쪽으로 기울자 안드레이가 칼로 밧줄을 끊고 배를 밀어낸다. 셋이서 저녁에 비가 내려 선실 안으로 들어가 게임을 할 때 칼을 과녁에 던진다. 그리고 새벽에 세 사람이 깨고 나서 청년이 자신의 칼을 찾는다. 알고 보니 안드레이가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둘이 싸우다가 우여곡절 끝에 청년에 바다에 빠지게 된다.   

 

 부부는 청년이 부표를 잡고 있을 거라고 여기고 청년을 구하러 가지만 찾지 못하고 그가 익사했을 거라 생각한다. 크리스티나가 남편을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하자 안드레이는 구조 요청을 하러 해안으로 간다. 하지만 청년은 부표 뒤에 숨어 있었고, 안드레이가 사라지자 크리스티나에게 접근한다. 아무래도 청년은 원래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나 보다. 크리스티나는 항해를 하며 청년에게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결론, 좋은 연출자는 한계 속에서 빛을 발한다

 결론은 좋은 연출자는 한계가 많을수록 더욱 독창성을 발휘한 다는 것이다. 혹시나 예산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면 이 작품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